몇 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회인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의 아들이 자살을 하였습니다. 그가 저술한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책은 기독교계에서 최근 가장 많이 읽혀진 책입니다. 책을 통해 교회와 신앙인의 삶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많은 도전을 받은 저로서는 그의 아들의 자살은 매우 큰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릭 워렌도 별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였고, 어떤 이들은 아버지의 아픔을 위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중에 다시 고개를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오래된 명제입니다.

 

대학시절 저를 가르쳤던 한 교수는 사랑하는 가족이 자살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여 가족의 자살이 주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입니다. 그분은 자살하면 정말 지옥에 갑니까?’라고 묻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살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옥이 있어야 한다.” 목사로 살면서 저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그 교수님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증명불가능한 명제이지만,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이 말은 오랫동안 기독교인들에게 자살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작용해 왔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자살과 관련해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들은 죽은 자가 어찌 되었는가?’ 하는 질문 대신에, ‘어떻게 그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동시에 남은 가족들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하고 치유할 것인가? 의 문제도 자살예방과 함께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지난 2010년 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모여인이 자살하였습니다. 그분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전국을 누리며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책 제목만 읽어보아도 얼마나 열정적으로 강연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밥은 굶어도 희망은 굶지 마라> <딸들아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라> <행복의 홈런을 날려라> 등등 그 안에는 참으로 주옥같은 글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자신이 겪는 질병의 아픔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매도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분을 통해 새 삶을 얻은 분들도 참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마지막은 오늘도 불치의 병과 씨름하며 실낱같은 삶의 희망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행복은 찾아 나서는 것이라기보다는,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다면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겁니다. 종교인들은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나 혼자 애쓰고 노력하며 살다가 여기까지 밀려와서 홀로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늘 나와 함께 하고 계신 분이 있다는 믿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나와 함께 있는 분을 생각하면 힘든 상황 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현상이 이면의 의미를 헤아립니다. 그리고 의미를 발견한 인생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입니다. 그때 다시 행복이 시작됩니다.

가까운 사람의 자살이라는 큰 슬픔 역시 받아들임의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슬픔이 너무 커서 당장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지만, 꼭꼭 숨기고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표현하는 편이 좋고, 감추고 혼자 울기보다는 나누고 함께 우는 것이 빠른 치유가 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슬픔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서로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일들이 풍성한 여름날 되시기를 소망합니다.